회의 중에 외국어로 말하는 상대방을 마주했을 때, 스마트폰 번역 앱을 꺼내 들기도 뭔가 실례인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자니 절반은 흘려듣는 느낌. 저도 딱 그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스마트글래스 시장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됐는데, 마침 이븐 리얼리티스(Even Realities)가 2세대 AI 스마트 안경 이븐 G2를 국내에 정식 출시한다고 해서 꽤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카메라 없는 AI 안경, 왜 이게 오히려 강점일까
스마트글래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몰래 촬영 아니에요?”였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쓰고 다니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아무래도 불편하죠.
이븐 G2는 그 불안감을 설계 단계에서 아예 잘라냈습니다. 카메라와 외부 스피커를 제거한 겁니다. 대신 AI와의 상호작용은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Micro LED Display), 즉 렌즈 안쪽에 새겨진 초소형 발광 소자 화면을 통해 텍스트로만 이루어집니다. 마이크로 LED란 기존 LCD나 OLED보다 훨씬 작은 발광 소자를 집적해 만든 디스플레이 기술로, 고휘도와 저전력이 동시에 가능한 게 특징입니다. 최대 밝기가 1,200니트(nit)인데, 니트란 화면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높을수록 강한 햇빛 아래서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실외에서도 흐릿해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으로 읽혔습니다.
무엇보다 착용자 이외에는 화면을 볼 수 없도록 광학 설계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건 단순한 프라이버시 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주변 사람들도 안심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AI 스마트글래스 시장이 촬영 기능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논란을 계속 안고 가는 상황에서(출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 제품이 선택한 방향은 꽤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36g 초경량 설계, 착용감이 곧 사용성이다
개인적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무게입니다. 기능이 아무리 화려해도 무겁거나 불편하면 결국 서랍에 들어가더라고요. 이 부분에서 이븐 G2는 꽤 성실한 선택을 했습니다. 티타늄(Titanium)과 마그네슘 합금 소재를 적용해 무게를 단 36g으로 맞췄습니다. 티타늄이란 가볍고 내식성이 뛰어난 금속 소재로, 항공우주와 의료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는 고강도 재료입니다. 일반 안경 프레임 평균 무게가 20~30g대인 걸 감안하면, 스마트 기능을 더하고도 그 범위 안에 들어온 셈입니다.
프레임도 판토형(Panto)과 사각형 두 가지, 세 가지 컬러로 나옵니다. 판토형이란 렌즈 아래쪽이 둥글고 위쪽이 약간 각진 클래식한 안경 형태로, 얼굴형을 타지 않고 비교적 무난하게 어울리는 디자인입니다. 사무실, 카페, 강의실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이거 뭐예요?” 소리 한 번 안 듣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일반 안경에 가깝다면 그게 제일 중요한 통과 기준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탈부착형 선글라스 클립을 추가하면 아웃도어 환경에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배터리는 1회 완충으로 이틀 이상 사용 가능하고, 전용 충전 케이스로 최대 7회 추가 충전이 됩니다. 이 정도면 충전을 의식하지 않고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수준입니다. 충전 걱정에 결국 안 쓰게 되는 패턴을 저도 여러 번 겪었던지라, 이 부분은 꽤 안도가 됐습니다.
실시간 번역과 이븐 허브, 기능이 얼마나 실제적인가
이븐 G2의 핵심 기능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상대방 음성을 실시간 텍스트 자막으로 변환하는 STT(Speech-to-Text) 기능. STT란 음성을 인식해 글자로 바꿔주는 기술입니다.
- 33개 언어 즉시 번역. 회의나 해외 출장 상황에서 스마트폰 없이 대화 내용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경로를 렌즈 디스플레이로 표시. 걸으면서 화면을 내려다볼 필요가 없어집니다.
- 스마트폰 알림 확인 및 발표 스크립트 표시. 발표 중에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면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븐 허브(Even Hub)를 통한 4,500개 이상 앱 지원. 개방형 SDK(Software Development Kit)로 개발자가 직접 앱을 만들고 등록할 수 있습니다.
SDK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특정 플랫폼에 맞는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제공되는 개발 도구 묶음입니다. 이 구조가 흥미로운 건, 이븐 G2를 하드웨어 단말로만 보지 않고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읽히기 때문입니다. 앱 생태계가 얼마나 활발하게 돌아가느냐가 결국 이 제품의 장기 가치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기능 목록은 실제와 온도 차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33개 언어 번역이 가능하다고 해도, 한국어 인식률과 번역 정확도가 기대에 못 미치면 결국 쓰지 않게 됩니다. 한국어 전용 앱 업데이트가 8월 중순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출시 초기에는 사용성이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AI 언어 인식 기술은 언어별 학습 데이터 양에 따라 성능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어 지원 완성도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대치를 조금 조절해두는 게 현명할 것 같습니다.
프라이버시 설계와 국내 출시, 이 제품이 자리 잡으려면
이븐 리얼리티스는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EU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준수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란 유럽연합이 제정한 개인정보 보호 법률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의 데이터 처리 기준을 요구합니다. 카메라 없는 설계에 더해 이 기준을 따른다면, 데이터 수집 방식에 대한 신뢰도는 같은 카테고리 경쟁 제품들보다 한 단계 높을 수 있습니다.
반지형 컨트롤러인 이븐 R1도 함께 출시됩니다. 손가락 제스처만으로 화면을 조작하는 방식인데, 직접 써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게 자연스럽게 작동한다면 길거리에서도 스마트폰 없이 안경만으로 조작하는 경험이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제품 판매는 8월부터 네이버 공식 브랜드스토어 ‘이븐 리얼리티스 코리아’를 통해 시작됩니다. 가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게 변수인데, 이 가격대가 어디서 형성되느냐에 따라 구매를 고민하는 층이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얼리어답터 가격이 아니라 일상 사용자가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대중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븐 G2는 카메라가 없는데 AI 기능은 어떻게 작동하나요?
A. 카메라 대신 양안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와 마이크를 활용합니다. 상대방의 음성을 마이크로 수집해 STT 기술로 텍스트로 변환하고, 렌즈 안쪽 화면에 자막이나 번역 결과를 표시하는 방식입니다. 촬영이나 영상 인식 기능은 없지만, 텍스트 기반 AI 보조 기능은 정상 작동합니다.
Q. 한국어 번역 지원은 잘 되나요?
A. 33개 언어 번역을 지원한다고 발표됐지만, 한국어 전용 앱 업데이트는 2026년 8월 중순 예정입니다. 출시 초기에는 한국어 인식률이나 인터페이스 완성도가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을 수 있어서, 초기 구매자라면 이 점을 미리 감안해두는 게 좋습니다.
Q. 이븐 R1 반지형 컨트롤러는 필수 구매인가요?
A. 필수는 아니고 별도 구매 액세서리입니다. 이븐 R1이 없어도 기본 기능은 사용 가능하지만, 손가락 제스처로 화면을 조작하고 싶다면 함께 구매하는 편이 편의성 면에서 유리합니다. 특히 이동 중이나 손이 바쁜 상황에서 스마트글래스를 자주 조작해야 한다면 있으면 확실히 다릅니다.
Q. 이븐 허브 앱이 4,500개라고 하는데 실제로 쓸 만한 앱이 있나요?
A. 등록 수가 많다고 해서 품질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개방형 SDK로 누구나 앱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 실제 사용성은 직접 앱스토어를 확인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출시 초기 사용자 리뷰를 충분히 살펴보고 판단하는 걸 권합니다.
Q. 안경 처방 렌즈를 넣을 수 있나요?
A. 현재 공개된 정보에는 처방 렌즈 호환 여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력 교정이 필요한 분이라면 구매 전에 이븐 리얼리티스 코리아 공식 채널에 직접 문의해보는 게 정확합니다.
이븐 G2가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결국 초기 사용자들의 경험이 쌓이면서 판가름 날 것 같습니다. 스펙상으로는 방향이 맞고, 카메라 없는 설계라는 차별점도 분명합니다. 다만 저는 당장 구매보다는 한국어 앱 업데이트 이후 실사용 후기가 어느 정도 모이는 시점을 지켜볼 생각입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8월 중순 이후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를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v.daum.net/v/20260804110131650